김광규, – 천양희, – ‘길 위에서’

김광규가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은 너무 좁다. 나는 고통 속에 큰 소리로 울면서 태어났습니다. 연한 녹색 새싹이 돋아나던 날. 청춘이 깊던 시절. 아름다운 순간은 불꽃처럼 사라진다. 미래는 점차 흐려진다. 슬픈 시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미래는 나무의 나이테 한가운데에 조여져 있다. 나이가 들었습니다. 고통에 시달려 한걸음 한걸음 걷다가 때로는 말을 더듬고 기어가다가 간신히 이 세상의 좁은 문을 통과합니다. 김광규 까치, 비둘기, 검은 매미, 메뚜기, 메뚜기. 귀뚜라미는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듣기 싫다면 서양식 노래라고 부르자). 이 노래가 없었다면 체온과 맞먹는 한낮의 더위를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는가. 물이 마르고 햇빛이 약한 계절을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30cm의 폭설, 영하 15도의 미지근한 추위, 2천만 대의 자동차 매연과 4천만 대의 휴대폰 소음을 견뎌낸 613,200시간, 오래 살아도 죽음의 공포 – 시집 《어나더 데이》 (문학과 지성사, 2011) 또 다른 하루, 김광규 작가, 문학과 지성사 출판, 2011.03.24. 오늘 늦게 면접이 있었어요. 세월이 흘러 내 피부에 주름이 펴지고 해가 서쪽으로 졌습니다.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었나요? 그가 바다를 입술에 대고 물었을 때 나는 결국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일몰과 파도. 나는 다른 것이 되고 싶었지만 불행하게도 늘 실패했다. 열정의 상실로 인해 주름이 늘어나고 서쪽은 노을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어떻게 살았나요? 해송을 붙잡고 물어보니 결국 희망을 포기해서 살았다고 하더군요. 내일에 속기보다는 시간에 속아라. 속이는 편이 낫습니다. 나는 꽃을 바라보며 슬픔을 극복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지는 해를 붙잡았다. 언제 울었어요? 내가 파도를 밀고 있을 때 그가 나에게 물었을 때. 행복을 알지만 가질 수 없을 때 눈물이 난다고 했어요. 보이든 안 보이든 행복은 작은 역 안에 있었다. 70세의 나이로 인터뷰를 마친 40세 청년은 떨어진 꽃잎 앞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정말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 시집 《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지성사, 2017) 새벽에생각하다 저자 천양희 출판문학과지성사 출간 2017.03.28. * 최백호 – 길 위에서